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

지난 번에 말씀 드린 5가지 대화법을 참고해서 대화 방법을 실천해 보신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의 어머니께서 주신 질문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저렇게 말해도 전부 몰라 몰라 몰라 라고만 하는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사연입니다.

(지난번 이야기)사춘기 자녀와 관계 회복하는 대화방법 5가지 참고

‘네가 마음 문을 닫아버린 것 같아서 엄마가 네 마음을 모르겠어. 라고까지 말했는데도 ‘아 몰라’ 기분 좋은 질문이든 언짢은 질문이든 모두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제부터였을까

이 아이의 몰라 라는 말이 몇 살 때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렇게 무조건 ‘모른다’라고 하는 아이의 경우 빠르면 다섯 살 부터 ‘몰라’ 라는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정도에서 시작된다. 유치원 다니던 아이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부터는 엄마가 더욱 걱정도 되고 많이 궁금하기도 하니까 아이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게 된다.

그런데 이 때 아이가 보이는 반응은 아이가 이전에 엄마와 나눈 대화 경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 엄마하고 소통할 때 내가 뭔가 솔직하게 말했을 때 오히려 나만 혼났었던 경험,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엄마가 나한테 버럭 화를 냈던 일들이 쌓이면 아이들은 ‘엄마한테는 말을 안 하는 게 좋겠다’ 하고 내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면 그 때부터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가 되는 거다.

그래서 아이가 단순히 ‘아 몰라’ 라는 말만 하고 있다면 이 단어 속에 그동안 어떤 감정과 경험들이 누적되어 이 아이에게 누적되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난 번 말씀 드린 5가지 대화 방법으로 대화나 질문을 하면 ‘어? 엄마가 웬일이지?’ 이런 느낌으로 있다가 ‘엄마 나 이건 너무 힘들어.’ ‘엄마 나 이건 지금 하기 싫은데 나중에 저녁에 하면 안 될까’ 이런 식으로 약간은 대화가 된다.

하지만 지금 질문 주신 사연에서처럼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의 행동을 보면 아이는 지금 아주 견고하게 방어벽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의 이 ‘몰라’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파악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말을 해도 아이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방어벽이 세다는 것은 자기가 상처를 안 받으려고 마음을 문을 닫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바로 해결을 위한 대화를 하기엔 시기가 이르다.

어머니가 굉장히 노력하셨다. “네가 ‘몰라’ 라고 하니까 엄마는 네 마음을 잘 모르겠어.”라고 했는데 이것은 되게 어려운 대화다. 그런데도 정말 잘 하셨고 노력하셨다. 그러나 아이가 이런 말조차 ‘몰라’ 라고 한다는 것은 지금 아무리 효과적인 또는 치료에 힘이 되는 그런 어떤 말을 해도 아이의 마음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 상태임을 뜻한다.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에게는 어떤 치료적 말도 효과 없다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에게는 어떤 치료적 말도 효과 없다

이럴 때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너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돼

이럴 때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냐면 ‘너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엄마는 그동안 너하고 나 사이에 있었던 많은 일들을 생각해보니 엄마가 좀 잘못한 게 많은 것 같아. 그래서 네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이런 신호를 먼저 주셔야 한다.

약간의 사과와 반성 같은 말을 조금 내비쳐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런다고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가 금방 마음을 열지는 않는다. 지금 아이의 마음은 얼어붙은 것과 다름 없다. 얼어붙은 아이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서는 아이 입장에서 안전하게 느끼면서도 엄마가 뭔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부드럽고 신선한 공기 같은 느낌을 주면 된다.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행동.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식탁 위에 놓는 거는 매일 하실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행동을 해도 뉘앙스가 달라지면 다르게 느낀다. 엄마는 간식 마련해 놓고도 잔소리로 점수를 다 깍아 먹곤 한다.

꼭꼭 씹어 먹어라. 흘리지 마라. 등등.. 이런 말은 안 해야 한다. 사춘기 대화법을 이야기 할 때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강조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사춘기에 접어 들었다. 지금까지 해 온 잔소리 방식은 일단 멈춰야 한다. 엄마가 뭔가 좀 다르게 하는구나. 하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

안전 거리 두기

‘맛있게 먹어’ 하고 그냥 무심한 듯 안전 거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사춘기가 되면 독립적인 것, 독립성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커져서 누군가 내 영역을 침범해 오면 너무 너무 기분이 나빠서 오히려 더 받아치는 힘이 더 커진다. 그러니까 ‘엄마가 네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게’ 이걸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간식을 준비해 주고 ‘맛있게 먹어’ 라고 한 뒤 아이 옆에 있지 붙어 있지 말고 조금 떨어져서 다른 일을 하거나 하면 아이는 엄마가 나를 조금 안 괴롭히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일상 예시 : 숙제를 질질 끌고 있는 아이를 볼 때

숙제를 해도 아이가 질질 끌면서 한다면 이 행동에도 긍정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 그게 뭘까?

아직 숙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중요한 자극을 주어서 아이의 힘을 끌어내지 못하면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중학생이 되면 아이는 숙제를 아예 안 하기 시작할 수 있다. 아예 내팽개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지금 중요한 시기이다. 터닝 포인트이기도 하고. 이 지점에서 아이가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아이가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행동을 계속 하고 있는 긍정적 의도를 찾아주어라.

물론 이런 말은 잘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당장 내가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오르기 때문에 뭔가 효과적인 소통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엄마가 먼저 화가 나면 그 화가 난 상황을 아이에게 그대로 노출시키지 말고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 일단 안전 거리를 만든 후 화를 삭히셔야 한다. (방으로 들어가던지 잠깐 나갔다 오던지 해서)

사춘기가 되면 부모 역할이 힘들어진다

아이의 행동을 보고 우리는 화가 더 많이 난다. 걱정이 더 커지니까 그래서 그 화를 그냥 표현을 해버리는데 그러면 더 악순환이 된다. 고스란히 내가 내 마음을 조절해 낼 수 있어야 되는 게 또 사춘기이기도 하다.

힘들어도 해야 한다

그래서 부모 역할이 힘들겠지만 우리 아이가 긍정적으로 변하길 바란다면 문제 행동 속에 숨어있는 긍정적 의도를 찾아서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긍정적 의도를 읽어주고 말해 주는 것이 힘들 수 밖에 없다. 남들이 그런 말 하는 것도 별로 들어보지 못했고 나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의 문제 행동은 잔소리를 해서 고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힘들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 위해서

온통 이렇게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에게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것이다. 내가 더 이상 너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주면서 아이의 안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 다음 뭔가 좀 더 좋은 자극을 주고 싶다면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고 있을 때 그것을 문제로 보기 보다 그 속에서도 뭔가 애 쓰고 있는 마음을 찾아서 읽어 주는 것이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이렇게 한 번 한다고 해서 확 달라지지 않는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이렇게 한 두 마디 해주면 천천히 변화하게 될 것이다.

계속 격려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기 싫은데도 꾸역꾸역 준비해서 나가는 아이를 보면서 ‘이렇게 힘든데도 니가 애를 쓰니 엄마가 너무 고맙게 느껴지네. 힘들지 잘 갔다 와. 엄마가 저녁에 맛있는 거 해 놓을게’ 이런 말로 격려를 해 주자는 것이다.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될 수 있지만 긍정적인 자극을 주기 위한 5가지 대화법까지 가기에는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에겐 아직 몇 단계의 징검다리가 더 필요하다.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 :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와 통하는 대화법 이임숙 소장님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으면 바로 보기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 사춘기 자녀 고민 by 이임숙
아 몰라 짜증만 내는 아이 사춘기 자녀 고민 by 이임숙

Similar Posts